
고래잡이 영웅담
고래는 물고기와 다르게 아가미가 없는 대신 인간처럼 허파가 있는 특수한 신체 구조 때문에 분수공을 통해 대기 중의 공기를 마신다.
고래의 갈비뼈 사이와 척추 양쪽에는 실타래처럼 생긴 관(管)들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혹 속에 여분의 음료를 채워서 앞날의 갈증을 대비하듯이 고래가 수면에서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 이 관들은 산소를 머금은 피로 가득 차 있다. 잠수 시간이 지나, 관 속의 산소가 고갈되어 가면,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을 노리는 고래잡이로부터 추적당할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라도 분수공으로 물을 뿜어 호흡하며 산소를 저장한다.
고래잡이들은 항해가 끝나면 항구의 시끌벅적한 술집에 도착해, 마치 강태공이 자기가 낚은 피라미를 대물 잉어라고 뻥 치는 것처럼 거대한 고래의 심장에 작살 하나로 일격을 가해 잡았다는 둥, 고래등에 올라가 창을 찌르고 고래와 함께 파도를 탔다는 둥, 각자의 영웅담을 자랑스럽게 떠들어댄다.
허먼 멜빌은 그의 명작 ‘모비 딕’에서 시끌벅적한 고래잡이의 영웅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촌철살인의 교훈적인 일침을 가한다.
“고래잡이들이여. 너무 자랑하지 마라. 거대한 고래가 햇볕도 닿지 않는 수천 길 해저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는 그물이나 낚싯바늘로 그 고래를 잡을 수 없다.
고래잡이들이여! 그대들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대들의 기술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 하는 고래의 생리적 욕구 때문이다!”
모든 세상사가 그렇지 않을까? 한 인간이 위대한 뭔가를 이루었을 때 모든 것이 자신이 노력한 결과라고 떠들어대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공할 수 있는 주위 환경에 자신의 노력이 조금 보태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겸손해야 하고 매사에 감사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